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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중간리뷰

[중간리뷰]레 망다랭 - 제6장

by tongola2 2020. 12. 11.

레 망다랭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송이 옮김

현암사

 

 

레 망다랭 2 / 저자시몬 드 보부아르출판현암사발매2020.08.25.

 

'이 모르는 남자와 보내는 나흘은 무척 길겠지. 그리고 서로 알아가기에 나흘은 너무 짧을 거야.'

그렇다, 인생이라는 '길'은 걸어서 지나치기에는 너무 긴 여정이고, 스스로를 알아가기에는 너무 짦을 뿐이다. 자신에 대해 조금 어렵풋 해질터이면 그 길은 이미 막바지에 다다른것이다.

 

    결국 안느는 라과디아라는 구멍을 통해 미국, 뉴욕에 도착했다. 사람의 호기심과 기대라는것들의 생명력은 그다지 길지 못한 모양이다. 며칠간의 뉴욕과 몇몇도시를 전전하다가 이틀간의 체류가 예정되어 있던 시카고를 들렀다. 그곳에서 브로건이라는 작가를 만난다.

 

    "하루가 너무 짧네요. 또 와야겠어요."

    "또 오세요." 브로건은 이어 빠른 목소리로 덧붙였다. "다시 못 만난다고 생각하기는 싫군요."

    우리는 아무 말 없이 택시 승강장까지 걸었다. 그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왔을 때 난 얼굴을 돌려버릴 수밖에 없었지만, 곧 그의 숨결이 내 입술에서 느껴졌다.

    [p.15]

 

    시카고를 떠나 다시 뉴욕으로 그리고 코네티컷의 하트퍼트, 데이비스 부부를 따라간 그곳에서 만난 서른의 필립. 안의 머리는 온통 '그것'과 연결되어 있다. 그의 머리에서 나오는 명령과 수억의 감각기관에서 보내지는 세포의 떨림들. 그 수많은 떨림들을 한곳에 모아서 화음을 일으키는 그녀의 뉴런들은 이미 크게 오염되어 있는듯 하다. 파리를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던 순간부터.

 

    피립과의 불발. 불발은 단순히 탄환이 탄피를 벗어나지 않은것이나 손가락은 이미 트리거를 당겨버렸다는것을 의미한다. 트리거가 중력을 받은이후 공이가 뇌관을때리고, 불꽃이 일어 탄약에 작은 폭발이 일어나고 그 힘에의해서 탄환이 나아가는것. 그 중간에 어떤 에러가 있었다. 다만 트리거는 이미 발사후의 위치에 있었다.

    육체의 실망, 그건 이미 각오한 바였지만 공허함은 견디기 힘들었다.

    [p.21]

    또다시 미소를 지으며 나는 치욕스러운 마음으로 나 자신을 바라보았다. 필립을 가질 수 없어서 브로건에게 몸을 던지려는 걸까? 이게 발정난 암컷의 행동이 아니면 뭐지?

    [p.22]

    아침일찍 루이스가 큰 거리의 모퉁이까지 나를 바래다 주었다. 거기서 헤어지기로 한 터였다. 그가 택시를 잡았고, 나는 차에 올랐다. 차 문이 쾅 닫히고 곧 택시는 모퉁이를 돌았다. 루이스는 사라졌다.

    "남편인가요?" 운전사가 물었다.

    "아니에요." 나는 말했다.

    "아주 슬픈 표정이던데요!"

    "제 남편이 아녜요."

    둘은 각자 혼자가 되었다. 루이스는 혼자 텅 빈 방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나는 혼자 비행기에 올랐다.

    [p.65]

 

 

    사시사철 매순간이 발정기인 인간에게는 축복인가? 저주인가? 머리속에서 SEX를 빼고나면 서걱거리는 잿빛 석회질 칼슘덩어리와 질긴 큐티클조각만 남을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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